'미국의 독립 전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광복절”이 있다면, 미국에는 “독립기념일”이 있다. 사실, 미국은 본래 13개의 주로 이루어진 영국의 식민지였다. 그런데, 1776년 제2차 대륙회의에서 제퍼슨(Thomas Jefferson)을 중심으로 작성된 “독립선언문”(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이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또 1775년부터 시작된 “독립 전쟁”(American War of Independence)이 7년 후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래서, 미국은 1783년 파리 협정으로 영국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인정받고, 그 후 미국은 완전한 독립 국가로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이 정도의 지식은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독립 전쟁의 주요 원인: 과도한 세금
미국이 “독립 전쟁”을 일으킨 그 원인은 무엇일까? 보편적으로는 주요 원인으로 영국의 과도한 과세 정책을 지목한다. 당시 영국은 7년 전쟁 이후, 어려운 재정을 식민지의 세금으로 메꾸려 했다. 그래서, 식민지 주민의 불만은 점점 커졌고, 결국 이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을 거쳐, 독립 전쟁까지 이어지게 됐다. 우리가 오늘날에도 체감할 수 있듯이, 사실상 민중에게는 이념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즉, 영국이 부과하는 “과도한 과세”, 그것이 민중에게 독립 전쟁을 촉발하는 큰 원인이 됐음은 아주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독립 전쟁의 또 다른 원인: 장로교인의 반란(Presbyterian Rebellion)?
역사가들은 독립 전쟁의 또 다른 원인으로 아주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그것은 당시 영국이나 (식민지를 옹호하는) 왕당파 지지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독립 전쟁이 “장로교인의 반란”(Presbyterian Rebellion)이라는 소문이 맴돌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소문은 그냥 서민들 사이에 잠시 도는 유언비어(流言蜚語) 정도가 아니었다. 리처드 가드너(Richard Garder)에 따르면, 당시 영국의 탁월한 지성 윌리엄 존스(William Jones)도 1776년 영국 왕 조지 3세에게 “독립 전쟁은 처음부터 장로교회와의 전쟁입니다.”라고 조언했고, 조지 3세는 이 조언을 그대로 믿었다고 말한다. 또, 당시 영국 군함의 함장이었던 앤드류 해먼드(Andrew Hammond)도 제2차 대륙회의가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직후, 그는 미국에 상륙하며, “이 반란을 일으킨 장로교 신자들이고, 그들은 미국 정부를 그들의 수중에 넣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마크 놀(Mark A. Noll)에 따르면, 펜실베니아의 한 군인은 “이 전쟁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던지, 그냥 미국의 반란이 아니고, 장로교회의 반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기록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자료들을 고려할 때, 당시 “장로교인의 반란”은 단순히 잠시 도는 풍문(風聞)이 아니라, 국왕조차도 인정할 만큼, 상당히 파급력이 큰 소문이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독립 전쟁은 배후에서 '장로교인'이 주도했는가?
미국의 독립 전쟁은 정말로 “장로교인의 반란”인가? 이를 방대하게 연구한 가드너(Richard Gardiner)는 장로교회가 독립 전쟁의 처음과 끝을 모두 비밀리에 조율했다는 생각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당시 미국에는 여러 교파가 공존했고, 독립 전쟁의 지지자들 중에도 장로파를 포함하여, 회중파, 남부의 성공회, 천주교 신자들이 있었다. 독립 전쟁의 사령관이자,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George Washington)도 남부의 성공회 출신이었고, 제퍼슨(Thomas jefferson)도 신앙보다 이성을 강조하는 합리주의자 계열에 속했다. 당시 미국 안에 있었던 종교의 다양성과 주요 인사들의 교파도 고려했을 때, 독립 전쟁이 오로지 장로교회에 의해서만 주도됐다는 생각은 극히 편향적이고 과대 포장된 발상이다.
장로교회의 '합법적 저항'
한편, 소문은 완전히 “헛소문”일 수도 있겠지만, 영국 국왕도 믿을 정도의 파급력이면,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개혁신학자 존 프레임(John M. Frame)은 “독립 전쟁”을 “장로교인의 반란”이라고 불렸던 이유가 “칼빈주의적 신념”(Calvinistic persuasion)에 있다고 지적한다. 칼빈주의 사상 자체가 악한 권세에 대한 적법하면서도 정당한 저항을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칼빈(John Calvin)은 『기독교 강요』에서 악한 위정자에 대한 복종을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악한 권세에 저항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가르친다. 또한, 존 녹스(John knox)를 비롯한 후대 개혁파, 곧 베자(Theodore Beza)의 『위정자의 권리에 대하여』(On the Rights of Magistrates), 또 루더포드(Samuel Rutherford)의 『법과 군주』(The Law and The Prince) 등에서도 이러한 적법한 저항은 계속 언급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개혁신앙의 선조들이 악한 위정자에 대한 불법적 “혁명”(Revolution)이나 “반란”(Rebellion)을 절대 용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합법적 저항”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독립선언문에서 영국의 식민지를 불법적 행위로 선언했다. 즉, 독립선언문에 근거할 때, 독립 전쟁은 “합법적 저항”, 곧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정당한 전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독립 전쟁은 결국 칼빈주의 사상과 부합하게 되고, 이런 점이 당시 영국의 눈에는 칼빈주의적 저항, 곧 장로교적 저항으로 보여서, 결국 “장로교인의 반란”이라는 소문이 크게 번졌다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
오늘날 사회에서 우리는 페미니즘, 동성혼, 낙태, 제3의 성 등과 관련된 여러 법안을 마주하고 있다. 또한, 현시점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한 정부의 대면 예배 금지 조치”, 또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문제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이런 문제에 그저 침묵하는 것만이 과연 참된 장로교인의 모습일까? 우리는 이에 대해 반드시 재고해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살아간다. 이 나라에는 국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극히 정당하며, 합법적인 수단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롬 13:1)라는 말씀을 잘 지키면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얼마든지 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회에서 합법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 세상의 악에 대한 우리의 “합법적 저항”은 우리 선조들의 가르침과 조금도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사회적 활동에 과몰입하여, 교회의 본질을 놓치는 위험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 우리의 목소리가 정부 자체를 전복시키는 반란처럼 들리게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정부를 직접 대항하는 “장로교인의 반란군”이 아니다. 우리는 세상의 악을 지적하고, 세상에서 악을 조금이라도 더 제거하려고 힘쓰는 “악에 대항하는 장로교인의 반란군”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위험성을 조심하고, 이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자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합법적 수단들을 잘 활용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설득력 있게, 악을 효과적으로 몰아내는 복음적 목소리를 잘 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Frame, John M. The Doctrine of The Christian Life. Phillipsburg: P&R Publishing Company, 2008.
Gardiner, Richard. “The Presbyterian Rebellion?.” Journal of The American Revolution. September 5, 2013.
Hall, Mark David. “Calvinism and American Independence”. Cato unbound. July 6, 2020.
Hodge, Charles. The Constitutional History of the Presbyterian Church in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Part II. Philadelphia: Presbyterian Board of Publication, 1851.
Noll, Mark A. A History of Christianity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Grand Rapids, MI;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1992.
Ruppert, Bob. “The Influence of ‘the Black Robes’”. Journal of The American Revolution. August 25, 2014.
양신혜, 『베자, 교회를 위해 길 위에 서다』. 서울: 익투스, 2020.
칼빈, 존. 『기독교 강요 (하)』 원광연 역. 고양: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3.
※ 출처: http://www.kscoramde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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