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롯이 맹세로 그에게 무엇이든지 달라는 대로 주겠다고 약속하거늘 그가 제 어머니의 시킴을 듣고 이르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얹어 여기서 내게 주소서 하니 (마 14:7-8)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히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매 제자들이 무리에게 주니 (마 14:21)
마태복음 14장에서 흔히 오병이어의 기적만 보기 쉽다. 그러나 전체 문맥을 보면, 본 장은 “두 왕”을 소개한다. 앞에는 예루살렘 왕궁에 있는 “분봉 왕 헤롯”이다(14:1). 뒤에는 배를 타고 빈 들로 나가시는 “볼품없는 왕 예수님”이다(14:13). 두 왕은 모두 “잔치”를 벌인다. 간단히 말해, 14장은 “두 왕”이 벌이는 “두 잔치"의 이야기이다.
헤롯은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올려놓고 생일잔치를 즐긴다. 소반에 올려진 요한의 머리는 헤로디아가 딸에게 시키고, 다시 딸이 헤롯을 유혹하여 얻어낸 선물이다(14:9). 동산에서 뱀 → 하와 → 아담 순으로 유혹했듯이, 헤로디아 → 딸 → 헤롯 순으로 유혹하여, 선지자의 머리를 잔치상 위에 올린다. 이런 점에서 헤롯은 마치 에덴동산의 실패한 아담과 같다. 그는 하나님께 반역하는 왕이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지자를 살해하고, 그 머리로 잔치를 즐기는 가증하게 짝이 없는 왕이다.
한편, 갈릴리 빈들에 있는 초라한 왕은 요한의 죽음 소식을 들으신다(14:13). 그리고 병자를 고치신 뒤(14), 신속히 잔치를 준비하신다. 그분은 악인의 유혹을 따라 잔치를 준비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하나님께 기도를 시작으로 예수님 → 제자 → 무리로 잔치의 음식을 공급하신다(19). 뱀(헤로디아)이 원하는 잔치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잔치를 무리에게 베푸시는 분이다. 예수님은 오병이어 기적을 통해, 생명나무의 열매를 하와(무리)에게 나눠주시는 성공한 아담이요, 진정한 왕이다.
이후, 예수님은 자기 몸을 ‘생명의 떡’으로 모든 믿는 자에게 내어주신다. 헤롯은 자신의 기쁨을 위해 의로운 선지자의 머리를 잔치상에 올려놓으나, 예수님은 하늘 아버지의 기쁨과 자기 백성의 구원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셨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어떤 왕인지를 생각하도록 한다. 예수님은 “그냥 왕”이 아니다. “자기 백성을 위해 생명을 내어준 왕”이다. 영생을 위해서 말이다.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할까? 이는 보답할 수도 없고, 주님도 보답을 원치 않으신다. 그저 우리는 매사에 주님을 바라보며, 주께서 베푸실 영원한 잔치의 준비된 손님으로 나아갈 뿐이다.

'아티클 > 짧은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자씨 한 알 만큼의 믿음 (마 17:20) (0) | 2022.07.08 |
---|---|
무화과나무 잎이 마르고... (하 3:17-18) (1) | 2022.07.07 |
바리새인들의 누룩과 이단 (막 8:15-16) (0) | 2022.07.01 |
하나님 나라를 뺏길 자와 얻을 자 (마 21:43) (0) | 2022.06.30 |
망각된 예수님의 승천 (막 16:19) (0) | 2022.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