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은 “악기 발명가"인가?
“...그는(유발은) 수금과 퉁소를 잡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었으며...” (창세기 4:22)
유발의 직업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이 “(악기) 발명가”라고 답할 것이다. 분명 성경에는 “조상”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이 “조상”이라는 말은 그가 “최초”라는 인상을 주고, 또 “최초”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는 “발명가”일 것이다! 우리가 성경을 읽고, 이렇게 생각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발명가”라고 할 때, 우리는 오늘날의 “발명가”처럼 생각하기 쉽다. 마치 그가 책상에 앉아, 수금과 퉁소의 현을 끼워 맞추고, 또 소리를 내보며 고심하는 그런 점잖은 발명가로 말이다. 결국, 이런 생각은 유발을 그 시대에 토머스 에디슨이나 그레이엄 벨과 같이 위대한 발명가로 오해하게 되며, 더 심하게는 그를 롤-모델로 삼는 지경까지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언제나 문맥을 고려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실, 이 구절의 앞부분을 조금만 읽어봐도, 우리는 “유발”이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건축가" 가인?
그가 임신하여 에녹을 낳은지라 가인이 성을 쌓고 그의 아들의 이름으로 성을 이름하여 에녹이라 하니라 (창세기 4:17)
가인은 “성”을 쌓았다고 한다. 보통 성을 쌓았다고 하면, “건축가”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성”이라는 이 단어는 단순히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로서의 “성”이다. 즉, 외곽에 거대한 성벽만이 아니라, 그 내부에 있는 여러 건물과 백성,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것을 포함하는 웅장한 “성읍”을 뜻하는 것이다.
가인은 “도시”(עִיר)를 세우고, 이름을 “에녹”으로 짓는다. 자기 아들의 이름으로 말이다. 가게 간판에 사장의 이름이 걸리듯이, 가인은 그 성읍의 하급 시민이 아니다. 그는 우두머리, 곧 “왕”이다.
따라서, 18절부터 22절까지의 족보를 고려하면, 유발은 가인의 후손이다. 그리고, 가인이 “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발은 에녹 성의 “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그는 점잖은 “악기 발명가”보다, 악기를 발명하여 널리 전파한 “군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
“도시”(עִיר)는 대개 요새화되어 있었고, 왕이라고 불리는 통치자가 있었다... 가인이 인류 역사의 초기에 도시(עִיר)를 건설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Willem VanGemeren, E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of Old Testament theology & exegesis, 1997, 3, 396–397.
가인의 족보 (창 4:16-24)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나무”뿐 아니라, “숲”을 보는 습관도 필요하다. 실제로, 세일하이머(Sailhamer)라는 학자에 따르면, 이 문단은 “도시의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가인: 도시의 건설(17절)
:
야발: 목축업의 시작(20절)
유발: 음악의 시작(21절)
두발가인: (기구)제조의 시작(22절)
라멕: 법치의 시작(24-25절)
John H. Sailhamer, The Expositor’s Bible Commentary: Genesis–Leviticus (Revised Edition), 2008, 1, 102–103.
여기서 우리는 가인이 도시(에녹 성)를 세우고, 후손들이 도시를 발전시켜가는 역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도시의 발전”으로만 보기에는 어색하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도시 역사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역사”인 성경 말씀을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도시의 발전 역사가 하나님과 어떤 관계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에 대한 정보는 16절에서 얻을 수 있다.
가인이 여호와 앞을 떠나서 에덴 동쪽 놋 땅에 거주하더니 (창세기 4:16)
애초에 가인이 도시를 건설한 동기는 그는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하나님을 떠나서 도시를 세웠다. 즉, 그의 “에녹 성”은 하나님을 떠난 도성, 곧 하나님과 무관한 도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훗날 하나님을 섬기는 왕의 도성, 곧 “다윗 성”(대상 11:7)을 보게 된다. 역대상의 맥락에서 가인의 성(에녹 성)과 다윗의 성(다윗 성)의 차이를 우리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
가인 |
다윗 |
도시 |
하나님을 떠난 에녹 성 (창4:16-17) |
하나님을 위한 다윗 성 (대상 15-16) |
목축업 |
하나님을 떠난 목축 (창 4:20) |
하나님께 바치는 목축 (대상 29:21-22) |
음악 |
하나님을 떠난 음악(예술) (창 4:21) |
하나님을 찬송하는 음악 (대상 25:1-9) |
제조 |
하나님을 떠난 제조 (창 4:22) |
성전을 위한 제조 (대상 22:15-16) |
통치 |
하나님을 떠난 통치 (창 4:23-24) |
하나님의 통치 (대상 29:10-11) |
오늘날에 적용
이제 우리는 유발의 “수금”과 다윗의 “수금”을 비교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왕”이었고, 음악에 조예가 깊으며, 탁월한 악기 연주자였을 것이다. 물론, “누가 더 탁월한 연주자인가?”라고 묻는다면, 이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성경은 그들의 “음악적 수준”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연주자였는지는 알 수 있다. 즉, 유발은 “하나님을 떠난 연주자”였으며, 다윗은 “하나님을 위한 연주자”였던 것이다.
따라서, 유발의 악기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성경은 얼마나 훌륭하며, 인기 있는 연주자인가를 묻고 있지 않다. 성경은 지금 우리에게 누구를 위한 연주자가 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오직 다윗의 묵상을 아는 사람만이 그의 눈에 선하며, 그 현을 연주하기에 알맞은 그의 수금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순수한 묵상을 지키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의 마음처럼 되게 하라. 그러면, 당신의 노래와 예술-형식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고, 다윗과 같이 신선하게 항상 유지될 것이다.
K. Schilder, David’s Harp But Not His Psalm
'아티클 > (구속사적) 물건 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갈의 우물 : 창세기 21장 (2) | 2021.05.06 |
---|---|
아브라함의 장막 : 창세기 12장 (0) | 2021.05.06 |
노아의 포도주 (창세기 9장) (0) | 2021.05.06 |
노아의 방주 : 창세기 8장 (1) | 2021.05.06 |
아담의 "선악 나무" (0) | 2021.05.06 |